마트에서 만난 핑크빛 그녀 3  

15308931633226.jpg
 
 영화 [프렌즈위드베네핏]
 

현관문을 열려고 할 때 " 딱 한잔만이에요...?" 라며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그래요. 나 나쁜 사람 아니고, 헤치지 않아요..하 하 하..." 너털 웃음을 지으며, 현관문을 열었다. 나는 하얗고 차가운 형광등 불빛을 싫어해서 연 노랑 간접조명을 켜 두는데, 불빛 때문인지 몰라도 그날따라 유난히 포근하고 따듯한 느낌이 들었다. 

"와...분위기 정말 좋다... 혼자 사는 거 맞아요? 조명 불빛이 너무 예뻐요...ㅎㅎ" 아이보리색 작은 스탠드에서 나오는 따뜻한 불빛이 서로에게 더욱 집중되도록 도왔다. 분위기 좋은 재즈음악을 핸드폰에 연결하여 잔잔하게 들리도록 했다. 따뜻하고 은은한 조명에 감미로운 음악이 이 공간에 우리와 함께 했다.

나는 그녀의 비닐 봉지를 현관 앞에 두고는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꺼냈다. 그녀는 자기가 산 산미구엘을 마시고 싶다고 했다. 그녀의 시원하지 않은 맥주를 컵에 따라 주고는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 몇 개 넣어 주었다.

"세부에서 이렇게 많이 드셔 보셨죠?ㅎㅎㅎ"
'네...........ㅎ"
"혹시 맥주에 와인 넣어서 드셔보셨어요? 맥주칵테일인데 맛이 정말 좋아요..."
"네? 아뇨...아직 안 먹어 봤는데, 근데 그거 먹으면 훅 가는 거 아니에요? ㅋㅋ"
그녀가 베시시 웃었다. 
"아니요. 이 칵테일은 도수도 맥주랑 비슷하고 일단 눈으로 먼저 느껴 보시고 그 다음에 마셔보면 분명히 좋아 하실 거에요.."
나는 도수가 약한 스파클링 와인병을 따고는 맥주에 얼음이 동동 떠있는 그녀의 잔에 와인을 조금씩 따라 주었다. 맥주 위에 떠있는 얼음들 사이로 와인이 스며들며 서서히 와인이 맥주잔에 녹아 들었다.

"와............정말 예쁘다..."
그녀가 활짝 웃으며 신기해 했다. 
"천천히 흔들면서 드시면 서로 섞이면서 맛이 정말 좋아져요..ㅎ"
"이런 건 어디서 배워 오셨어요? 진짜 바람둥이 아니에요? ㅋㅋ"
"아이고.. 이렇게 평범하게 생긴 바람둥이 봤어요? ㅋ"
나도 한잔 똑 같이 만들어 우리 둘은 '짠...' 하고 건배를 했다. 
한 모금씩 마시는 그녀를 보니 눈이 갑자기 커졌다. 
"와.........정말 맛있다........ㅎㅎ 진짜 좋은 걸 알았네요..나중에 친구들이랑 꼭 이렇게 먹어야겠어요.."
그녀가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렇게 우리는 그녀의 맥주를 다 마셔가며, 감미로운 칵테일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녀는 어릴 적 꿈이 피아노 선생이 되고 싶었다는 것과 과거의 남자친구 이야기부터 얼마 전엔 나이 많은 공무원이랑 선 본 이야기 등등 또다시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해 댔다. 

삐쭉 삐죽거리며 말하는 핑크 빛에 얇고 윤기가 나는 그녀의 입술이 클로즈업되어 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 하던 중에 조용히 말이 없던 그녀가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했다. "엥?? 혹시 술 주정??" 순간 살짝 당황했지만, 자세히 보니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 안심했다. 분위기에 취하고 술에 취해 쉴 새 없이 이야기 하던 그녀가 어떤 과거가 생각이 났는지 무릎을 끌어 당겨 양팔로 안은 채 조금씩 흐느끼기 시작했다.

당시 그녀는 쇼파에 앉아 있었고, 나는 컴퓨터 의자를 당겨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었는데 나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그녀의 옆으로 갔다. 그리고 작고 가녀린 그녀의 어깨를 긴 팔로 감싸 안으며 살며시 토닥였다. 반쯤 열려있는 블라인드 사이로 도시의 불빛들이 보였다. 16층 높이에서 멀리 보이는 자동차 불빛과 도시의 광고조명등이 어지럽게 보였지만, 이내 조용했다.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좋은 향기가 났다. 귀밑 목선과 어깨라인이 예쁘게 보였다. 나는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살짝 당긴 뒤 입술을 갖다 댔다. 높이가 맞지 않아 살짝 어색했지만, 다시 자세를 잡고는 그녀의 귀밑과 머리를 양손으로 잡고는 점점 더 격렬하게 키스를 했다. 그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술 기운 때문인지 분위기 때문인지. 야릇한 조명과 감미롭다 못해 끈적이기까지 한 재즈음악에 우리는 서로 취한 채 뜨거운 포옹과 키스를 연달아 하며 서로의 입술을 탐닉했다.
0 Comments